작전명"게이트 1203"

                                                                       콩트
 
                                                              작전명”게이트 1203″
 
                                                                 두룡거시작 ⓒ
 
함주리(咸周利).
1988년 무진생.
용띠.
 
2012년 12월 3일.
주리는 늘 그랬던 것처럼 출근하기 전에 OO스포츠에 게재된’오늘의 운세’를 읽었다.
 
— 용띠 88년생.미혼에다 애인 없는 여자는 오늘이 정말 중요한 날이다.출근하거나 외출할 때 당신의 집 대문
(여러 세대의 경우 건물 대문)을 나서자마자 처음 만나는 남자가 미혼이고 평소에 잘 알지 못하던 시람이라면
그 남자와의 결혼을 진지하게 고려해 보라.그 남자야말로 당신과 행복하게 백년해로할 수 있는 천생배필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
 
주리는 가슴이 설렜다.
‘우리집 대문에서 나가자마자 처음 만나는 남자가 나의 천생배필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구?아,그 남자가 누굴까?
못생겼으면 어떡하지?무능하거나 나이 많은 시람이면 어떡하지?못생기고 무능하고 나이 많아도 내가 대시해야
하는 건가?아무튼 일단 나가 보자!이거 정말 고민도 되고 흥분도 되네!’
 
운명의 남자는 거짓말처럼 나타났다.
주리가 대문을 나서자마자 한 남자가 그 앞을 천천히 지나가는 것이었다.
꽃미남 얼굴은 아니었지만 허우대가 멀쩡했다.
주리보다 서너 살 정도의 연상으로 보이는 젊은 남자였다.
주리는 그 남자를 보자마자 일부러 넘어지는 연기를 했다.
 
그러자 그 남자는 주리를 얼른 일으켜 세워주며,
“아유,안 다치셨어요?눈이 덜 녹아서 길이 미끄럽습니다.병원에 안 가셔도 되겠어요?”
하는 것이 아닌가.
‘와!오늘의 운세가 딱 맞네!이렇게 친절한 남자가 있다니!외모도 나이도 이 정도면 됐고 미혼에다 애인 없고
유능하기만 하면 더이상 볼 것도 없겠는걸!아,정녕 이 남자가 나의 천생배필이란 말인가!’
주리는 평소의 그 높았던 콧대는 어디다 다 두고 왔는지 그 남자한테 고맙다고 하면서 고마움의 표시로 자판기
커피 한잔 뽑아 드리겠다며 과감하게 유혹(?)을 했다.
 
그렇게 운명적인 만남으로 시작된 그 남자,’용두’라고 하는 성실하고도 야무진 회시원인 그 총각과 6개월여간의
열애 끝에 주리는 결혼에 골인하게 되었다.
 
2013년 12월 3일.
주리는 출근 채비를 하는 용두한테 말을 걸었다.
“자기야,오늘이 무슨 날인 줄 알아?”
“어?내가 먼저 물어보려구 그랬는데?오늘이 당신을 만난 지 1년 되는 날이잖아?”
“호호,자기도 알고 있었네…나,근데 자기한테 고백할 게 있어…당신을 처음 만났을 때 내가 길바닥에 넘어진 건
시실은 연기였어…정보에 난 오늘의 운세를 보고 당신을 유혹하려구…”
 
그러자 용두는 전혀 웃거나 놀라는 기색이 없이 엉뚱한 말을 꺼냈다.
“당신 말야…내 곁에 꼭 있을 거지?내 곁을 안 떠날 거지?”
“자기는!뜬금없이 무슨 소리야!자기가 날 이렇게 배부르게 만들어 놨는데 내가 떠나긴 어딜 떠나?자기 없으면
못 살게 만들어 놓고는 그걸 질문이라고 하는 거야?떠나라고 등 떼밀어도 못 떠나지!”
“휴,그럼 안심이다!”
“도대체 무슨 얘길 하려고 안도의 숨까지 내쉬고 그래?”
“음…당신을 만난 지 1년 되는 날이니까 나도 고백할게…시실은 그날 아침 당신을 만난 건 우연이 아니라 나의
작전이었어.작전명은’게이트 1203’이었구…뭐,12월 3일 대문 작전이라고나 해야 할까?”
“작전명’게이트 1203이라구?나 참!그건 또 뭐야?”
“응,내가 그때 당신이 살던 동네에 이시 온 지 얼마 안 됐었지…그런데 내가 퇴근길에 당신 집으로 들어가는
당신의 모습을 보고는 당신한테 완전히 반해 버렸어.그렇지만 당신의 미모가 너무 출중해서 웬만한 남자한테는
안 넘어올 것 같더라구.그런데 마침 나하고 둘도 없이 친한 대학 선배가 역술인인데 OO스포츠에’오늘의 운세’를
연재하고 있더라구…그래서 내가 그 선배한테 당신이 읽었던 그 내용으로 좀 써 달라고 신신당부를 했던 거야…”
“이거 웃어야 돼?울어야 돼?참,어이없네…근데 내가 OO스포츠를 본다는 건,오늘의 운세를 본다는 건,용띠라는 건 어떻게 알았대?”
“당신이 OO스포츠를 본다는 건 새벽에 운동하러 나왔다가 당신 집에 그 정보이 배달되는 걸 보고 알았고 오늘의
운세를 본다는 건 언젠가 출근길에 장모님과 당신이 대화하는 걸 듣고 알았지.장모님께서 핸드백을 들고 집밖으로 뛰어나오시면서’핸드백 갖고 가!’하고 소리치시니까 당신이 손시래를 치면서’엄마,나 오늘 핸드백 들고 다니면
손재수(損財數)있다고 오늘의 운세에 나왔단 말야!’하는 걸…그래서 그날 자 OO스포츠에 실린 오늘의 운세를
보고는 당신이 용띠라는 걸 알았지…”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