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8 + WWDC을 본 후 결론: 실망

아이폰은 대단하다. 더 이상 바랄 것이 없다. 애플은 위대하고, 스티브 잡스의 프리젠테이션은 여전히 아름다웠다. 7월 출시 국가 목록에 “South Korea”를 보는 순간 나도 환호성을 질렀고 @ollehkt의 아이폰 4 공식 출시 공지를 보면서 무한한 흐뭇함을 느꼈다.

그런데 계속 무엇인가 씁쓸함이 있다. 짧은 시간 사이에 이 감정이 무엇인가 정리해보려고 노력을 했고 대략은 다음과 같은 이유가 발견이 되었다.

1. 애플의 “엣지”가 사라지지 않을까 하는 염려

애플은 ‘쿨’한 기업이다. 1984년 Big Brother에 대항하는 이미지를 아이폰 이후에도 가져오려고 노력했던 ‘쿨’한 기업인데, 이제 1등이 되어버려서 그런 것일까?

아이폰 4를 공식 소개하는 동영상을 보면, FaceTime 기능을 아이폰 4의 핵심 기능으로 잡고 있다. 그러면서 보여주는 영상은 바로, 가족들과 영상 통화를 하는 장면이다. 그런데 이 장면이 나오는 전반적인 분위기, 중간에 간증하는 아저씨의 목소리 톤, 그리고 배경 음악 등을 보면 딱 드는 느낌이 “아, 애플은 이제 메인스트림 기업이다. 가족 기업 이미지를 강조하는구나.” (and should I dare to say?) “마이크로소프트 삘 난다”라는 느낌이 들었다. 심지어는 데모 마저도 그랬다. 실제로 wi-fi 연결 상태가 안 좋아 잡스의 데모 중에 여러번 끊기면서 진행이 어려운 부분도 있었다고 한다. 어디선가 많이 본 듯한 장면 아닌가? ^^;

이번 동영상은 또한 기능과 기술을 강조한다. “어떤 경험을 할 수 있다” 보다는 “우리가 무엇을 했다”에 초점이 맞추어진 홍보 방식이다. 물론 그만큼 자신감 있고 오만하기 때문에 당연히 경험이라는 부분은 알아서 바이럴 하게 퍼져나갈 것이 예측되어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하여튼, 무언가 “uncool”한 느낌이 들었다.

(참고로 TechnoKimchi에서 얼마나 영상 통화가 생각보다 다른 용도로 많이 사용되게 되는가에 대해서 간략히 다루었다. 미국 대학생활을 아는 사람이라면 무슨 뜻인지 아실 듯 ^^)

2. 잡스의 악마적 카리스마와 오만

그의 카리스마는 자신감과 오만과 고집에서 온다고 생각했다. 나는 솔직히 그가 너무 대인배라 남을 누를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D8에서 구글에 대해서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했다.

“They decided to compete with us. so they are. They started competing with us and it got more and more serious. We didn’t go into the search business!”
(역: 구글은 우리와 경쟁하기로 결정을 했고, 우리와 경쟁을 하고 있는 거죠. 경쟁을 시작한 건 그들이고, 경쟁은 더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우리가 검색 비지니스로 들어간 게 아니잖아요)

구글은 검색으로 돈을 버는 회사가 아니라 광고로 돈을 버는 회사인데, 잡스는 애플이 버젓이 광고로 들어가 있는데도 이런 식의 발언을 한다.

중요한 건 이런 말 한 마디로 “Don’t be evil”을 주창해 온 구글이라는 회사에 대한 인식이 순식간에 바뀔 수 있다는 것이다. 구글이 최고의 달링으로 인식되었던 게 불과 2-3년 전 까지다. 사람의 인식을 바꾸는 건 우습다. 그걸 아는 잡스가 저렇게 민감한 이야기를 한다. WWDC에서도 iPad가 팔린 게 구글 몇년동안 수익보다 많다는 직접적인 비교를 한다. 날카롭게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3. HTML5 가지고 장난 치기

apple html5 demo safari only

아시는 분들은 이미 다 아시겠지만, 애플이 HTML5를 가지고 말도 안 되는 짓을 했다. HTML5를 “a fully open, uncontrolled platform”이라고 불러놓고, 막상 자신들의 HTML5 애플리케이션 데모는 사파리가 아니면 구현되지 않도록 해놓았다. 설마 10년 전 마이크로소프트가 IE로 웹표준을 가지고 장난친 것 같은 짓을 하지는 않겠지만, 지금 이 시대에 너무 기가 막히는 짓인 건 사실이다.

우려가 되는 것은 ‘오픈’이라는 것을 자사의 이익만을 위해서 시켜 활용하고 그 본래의 가치마저 죽여버리는 결과가 오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실례로, 수 년 전에 RSS와 파드캐스트가 부상하기 시작할 때, 애플에서 iTunes에 파드캐스트 기능을 추가하기 위해서 (mRSS이었던 것을 기억) 필드를 표준에서 벗어난 형태로 계속 활용했던 기억이 난다. (검증 필요!) HTML5를 계속 주장하면서 플래시를 밀어내려고 하지만, HTML5도 과연 애플 플랫폼에서 본질이 유지되면서 살아남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사실 HTML5의 본질이 살아남는다는 것은 안드로이드에 유익한 결과이기 때문이다. 더 많은 애플리케이션들이 브라우저 안에서 구현 가능해질 거고, 그렇다면 구글이 추구하는 웹 기반의 플랫폼으로 아무래도 중심이 옮겨가지 않을까?

(3번 포인트는 제가 기술적인 부분에 대한 구체적인 연구가 부족해서 틀린 말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런 부분은 알려주시면 정정하도록 하겠습니다)

- – -

철수님이 블로그에 적은 것처럼, 사실 애플은 우리가 비판적인 시선을 가지기 시작하면 지적할 점이 많은 기업이다. 철수님이 지적한 부분 뿐만 아니라, 실제로 애플은 그리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나 친환경 부분에서는 그리 훌륭하지 않은 기업으로 알려져 있다.

단순히 1등에 대한 꼬인 정서가 아니라 “건전한 견제에 대한 필요성”이라는 단어가 머리에 오늘 들어왔다. 다시 한번 내가 스스로 상기시켜야할 것: “애플은 1등 기업이다.” 오늘 느낀 실망에 대한 결론이다. 조금 더 객관적으로 지켜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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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8 + WWDC을 본 후 결론: 실망”에 대한 15개의 생각

  1. 핑백: taewoo's me2DAY
  2. 쿨한 모습도 사라지고, 이젠 살아남기 위해 찍어누르는 시기가 왔네요. MS를 사냥하는 모습에서 구글에게 사냥당하는 위치가 된 것 같기도 합니다. 쿨함은… 많이 줄었네요.

  3. 솔직히 영상통화 장면은 너무 식상했어요~한국에서도 그런 광고는 안먹히는데…흠

  4. 영상통화는 한국에서 아주 오래전부터 있던 핸드폰 기능이었지만, 무료가 아니잖아요. Wi-Fi로 여러 device로 FaceTime을 할 수 있게 만든다는데… 뭐 괜찮을거 같아요. 막상 나오면 실용성이 얼마나 있을지 모르겠지만.. ㅋ 나와봐야 알겠죠.

  5. 플이 가족 기업 이미지를 강조하는 부분은 iLife 등을 통해 꾸준히 보여온 맥의 사용자 친화적인 철학과 일맥상통한다고 생각됩니다만^^; 물론 왠지 깔끔하지 못했던 시연 등은 이전과 달리 uncool해 보이는 요소이긴 하네요.

  6. 발표를 봤을땐 솔직히 혁신적이란 느낌은 안들었습니다. 갤럭시도 무슨 중국 아이폰 보는 느낌 들었고…
    혁신이 아무때나 나오는게 아니죠..네에..
    그래도 갤럭시가 겨우겨우 완전 숨차게 수준을 따라잡긴 했구나 하는 느낌. 이제 가격에서만 따라잡으면 되는 건가요 ㅋ
    여튼 개인적으로는 삼성이든 LG든간에 국내 기업이 세계에서 좋은 반응을 얻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지난번 삼성블로그에서 개발자가 올린 글을 보니 옴니아1이 싸놓은 똥을 갤럭시S가 먹은 느낌이 들더군요. ㅉㅉㅉ

  7. 개인적으로 이번 wwdc를 보면서 애플이 점점 콘텐츠 유통 및 그걸 잘 담아내는 그릇의 역할에 엄청나게 집중하고 있음을 느꼈다.
    iphone4에 iads,imove,ibook이 빌트인되어 들어왔고 거기에 게임에 응용할수 있는 자이로스코프 센서 기능
    이쯤되면 이런생각이 든다.
    잡스가 사실 아이폰을 개발하면서 전화가 잘 걸릴지 안걸릴지 신경이나 썼을까, facetime이 영상통화가 잘될지 안될지
    걱정이나 했을까??

  8. 핑백: 오늘의 링크 5 (2010.6.9) – Zappos, HTML5, 벤쳐운영팁 이야기 | 태우's log :: Network Extrapolation
  9. @글랜워스
    기즈모도에서 디자인 이야기를 가져가버려서 그런지, 남은 걸로 포장을 많이 한게 아닌가 이런 생각도 조금 듭니다.

    @sujin
    애플이 그걸 모르지 않을텐데 (유럽이 한국보다 영상 통화 오히려 더 먼저 론칭) 그렇게 알면서도 페이스타임을 가장 앞으로 가져온 것이 아마도 “가족 기업” 이미지를 확산시키려는 노력같이 보입니다. 그래서 이제는 “언쿨”하다고 한 것 ^^

    @ namkyu
    예전에 Nextel에서 handset 사이에 무전기로 커뮤니케이션 하던 거 있잖아요, 그게 엄청 대박이었었대요. 잘 하면 이번 것도 그렇게 될 듯.

    @ tomyun
    개인적인 생각은 iLife와는 조금 방향이 다른 이미지를 내놓았지 않았는가 하는 합니다. “가족” 이라는 이미지가 너무 커서요.

    @아흐흥
    네, 저도 개인적으로 계속 삼성 LG를 응원하고 있는데, 아직은 시간이 조금은 더 걸리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기도 합니다. 욕할 거는 아닌 것 같고요, 좋은 제품이 나올 수 있도록 계속해서 도움되는 아이디어와 의견을 제공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

    @ jisung
    저는 스티브잡스 (또는 애플)이 그런 기본적인 기능에 대해서 당연히 많은 고민을 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애플이 절대로 기능면에서 기초를 놓칠 기업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오히려 기초가 무엇인가 “재정의”를 한 적은 있지만요.

    @ 청년실험실장
    모, 본인들의 선택을 우리가 막을 수는 없지만,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무언가 전에 하던 것이 더 손쉽고 효율적으로 할 수 있다면 반드시 해보는 게 우리 인간의 성질이 아닌가 싶습니다;;

  10. 2번 글 마지막에 iPad 판 수익을 구글 수익과 비교한 게 아니라 다른 개발자 (잡스 친구랬나? 정확하지는 않지만)의 어플이 구글에 광고해서 몇년간 판 거 보다 iPad용으로 만든 게 더 많이 팔렸다고 했던 거 같습니다. 확인부탁드려요.

  11. @exedra
    지적 감사합니다. 더 정확한 표현을 찾아보았고 수정했습니다. 감사합니다.

    “I earned more in the first day of selling Elements than I did in the past 5 years of Google ads on periodictable.com”

  12. FaceTime over 3G 문제는 3G의 대역폭 문제가 더 크지 않은가 생각합니다. 단말 자체는 HSUPA까지 지원하고 있지만 실제 필드에서 FaceTime의 (현시점 영상통화에서 사용하는 해상도인 QCIF – 176×144 – 에 비해 상대적으로) 고해상도의 영상을 큰 무리없이 송수신할 수 있는 망 자체가 존재하는 지역이 그렇게 많지 않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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