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미"가 생각보다 유의미한 이유

아마도 이 글은 2005년 10월 마치 계시를 받은 것처럼 무언가 열렸다고 믿는 그 날처럼, 앞으로 얼마동안은 가장 중요한 글이 될 것 같다. 오랫동안 머리 속에 남아 있던 많은 생각들이 하나로 엮었기 때문이다.

“의미”(또는 “meaning”)라는 단어가 내 머리를 점령했다. 내가 보고 듣고 맞다고 믿는 것의 더 깊은 곳에서 잡아당기는 공통 요소를 발견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바로 “의미”. “의미”를 찾아주는 바로 그것이 해결책이다. 우리의 고민의 해답의 열쇠인 것이다.

“의미”라는 단어는 “목적” 그리고 “가치”라는 단어까지 연결이 된다. 사람이 무엇인가를 찾는 이유는 바로 “의미”를 찾고 싶어서이다. 이 의미를 찾아주는 무엇인가 있다면 그것은 그 시대의 “왕”이 될 것이다.

지난 몇 일동안 굴러온 생각의 퍼펙트 스톰:

1.
월화, 이틀동안 서대문구 중고등학생들을 대상으로 멘토링을 하고 있는 연세대 대학생 100명에게 “디지털 시대의 멘토링”이라는 주제를 놓고 강의를 했다. 강의를 준비하면서 전개된 생각은, 이 젊은 대학생들과 이들보다 더 어린 중고등학생들 사이에도 분명히 세대차이는 존재하며, 이 세대차이는 다름 아니 무엇을 체험하고 “의미화”했는가에서 오는 차이라는 생각이었다. 그러면서 들었던 예제가 지금 대학생들(1989년생)은 H.O.T.나 S.E.S.가 “체험”이고 “추억”일지라도, 그들이 멘토링하고 있는 중고등학생들(1996년생)에게 H.O.T.나 S.E.S.는 “역사”이자 “기록”일 뿐이라고 했다. 그런데 오늘 우연찮게 네이버 첫화면에서 그것과 똑같은 “추억의 아이돌 그룹“글을 발견했다. 추억과 기록의 차이는 바로 “의미”를 담을 수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다. 네이버에게는 “검색”의 대상으로 전락해버렸다는 뜻이다.

2.
내가 즐겨 찾는 Tom Peters, Umair Haque, 그리고 ‘목적이 이끄는 삶’을 쓴 Rick Warren 목사님이 모두 똑같이 하는 이야기가 바로 “목적과 의미”다. 그러던 와중에 어제 유니타스 브랜드의 트위터채널에서 발행된 필립 코틀러의 에서 발췌된 다음과 같은 문구를 보았다.

“소비자들은 자신의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제품과 서비스뿐 아니라, 자신들의 영적 측면까지 ‘감동’시키는 경험과 비즈니스 모델을 찾고 있다. ‘의미의 공급’, 이것이 바로 미래형 마케팅의 가치 명제다.”

3.
소셜미디어가 발전할수록 사람들은 관계에 더 갈증을 느끼고 공허함이 증가할 것이기 때문에 교회와 같은 “영적 서비스”가 더 많은 각광을 받을 것이라는 예측을 한 적이 있다. (1, 2, 3) 그러다 그토록 사랑하는 Joy of Tech에서 소셜네트워킹이 왜 지치는지에 대한 풍자를 볼 수 있었다. (물론 “엄마”가 그 답이지만, 작가가 하고 싶었던 얘기는 바로 “uncoolness”였다) 마침 네이버 서비스 자문 위원으로 활동하시는 이은주 교수님께서도 소셜네트워크의 관계가 실제적으로 para-social 할 뿐이라는 지적을 해주셨다.

4.
몇 달 전부터 “환경”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지고 시작해서, 그것과 관련된 어떤 것이든지 먹어치우면서 지식을 쌓아가고 있는 중이다. 그 중 자주 거론되는 용어 중 하나가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이다. 위키피디아에서 이 정의를 살펴보면 어떤 기업 활동이나 지역 개발 활동이 있을 때에 크게 세 가지 측면에서 만족되어야 참된 지속가능성이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이 세가지 영역은 환경, 사회, 경제다. 다시 말해, 자연과 더불어야 하며, 사람과 사람 사이에 관계가 건강해야 하며, 동시에 충분히 경제활동을 영위할 만큼의 이윤이 나와야 한다는 뜻이다. 그 다음에 바로 나에게 든 생각은 “왜?” 그래야 하는가였다. 답은 생각보다 간단했다. “왜?”라는 질문은 목적을 묻는 질문이고, 그 답은 사람은 행복하고 싶고 무언가 의미있게 살고 싶어하기 때문이었다.

5.
Harvard Business School Ideacast에서 조직 내에 있는 “Top Talent”들을 어떻게 계속 일 잘하게 만드는가에 대한 podcast를 들었다. 재미있는 것은 당연히 돈은 중요하지만, 능력있는 인재일 수록 자기가 하는 일에 조직에 어떠한 기여를 하고 있으며 자기 때문에 조직, 심지어는 더 나아가 사회가 어떻게 변하고 그 안에서 자신의 기여도는 얼마만큼인가에 많이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는 것이다. 나한테는 조직 내에서도 “의미”를 찾고 싶어한다는 뜻으로 들렸다.

6.
애플이 감성을 건드리는 사업을 잘 한다면, 구글은 효율성을 높여주는 사업을 잘 하는 회사다. 둘이 그토록 잘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라고 생각을 많이 해봤다. (많고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구글의 경우, 정보의 운용과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정보에 대한 욕구를 가장 효율적으로 풀어주면서도, 동시에 마치 금융공학에서나 볼 수 있을 듯한 최적화된 기계로 돈을 찍어내는 21세기 디지털 시대의 거대한 공장이라고 부르고 싶다. 이것은 20세기가 헨리포드와 일괄생산체제의 시대였다면 21세기는 구글의 시대인 것과 마찬가지다 (물론 지켜봐야겠지만). 애플은 다르다. 애플은 21세기의 디지털 루이비통이자 샤넬이다. 구글처럼 말로 설명하기 어렵다. 대부분의 애플 매니아들에게 “애플이 모가 그리 좋아요”라고 물어보면 들려오는 대답은 “그냥 써봐”다. 그냥 흡족스러운 제품이다. (미투데이에 올린 이 관찰에 대한 댓글들을 보면 대략은 감은 잡을 수 있다)

무슨 뜻인가? 답은 나의 삶에 “의미”를 부여해주는 놈들이라고 아주 over-simplified된 답을 던지고 싶다. 말은 너무나 쉽다. 왜냐하면 머리로는 너무 당연하게 들리니까. 그런데 아쉬운 것이 바로 그것이다. 우리는 20세기내내 자본과 생산성과 공급자 위주의 사고의 틀 속에서 살았기 때문에 이 단순한 원칙을 실제로 적용하는데 너무나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다. 만약에 그렇지 않다면 삼성과 LG가 안드로이드폰(의 CPU) 때문에 그렇게 곤욕을 치루지 않아도 될 것이다. “2.2가 나온 세상에 1.6이 웬 말이냐”는 2010년이기 때문에 가능한 소리다.

- – -

목적을 알 수 없는 모든 활동과 의미를 부여해주지 못하는 모든 활동은 금방 버림을 받게 될 것이다. 아무리 훌륭한 기술이라도, 아무리 최적환된 프로세스라도, 아무리 큰 자본이라도 이 원칙 앞에서는 힘없이 무너지게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혹시나 이 글을 읽고 계신 분들 중에 “누가 그걸 몰라”라면서 비판의 칼을 잡으시는 분들을 위해 드리는 질문: 우리가 이 세상의 대부분의 사람과 공급자들에 대해 불만족스러워하고 있으며, 심지어는 그들을 미워하기도 하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저는 그 이유가, 생각보다 당연해야할 것들이 당연하지 않은 세상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브랜드의 홍수 속에서

방금 일을 하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난 지금 강남역 스타벅스에서 아레사 프랭클린의 노래를 들으며 혼자 일을 하고 있으며,
마르티넬리 스파클링 애플 쥬스를 마시고 있으며,
맥북 프로 + 레오파드에서 버츄얼박스를 통해 우분투를 돌려 작업을 하고 있으며,
햅틱으로 파트너들과 전화를 주고 받으며,
구글 애플리케이션들을 통해서 일을 하고 있으며,
생각나는 모든 것들을 트로이카 저머니 펜을 통해서 몰스킨에 기록한다.

이 중 실제적으로 기능적으로 보았을 때에 그 가치를 제대로 하는 것은 그리 많지 않은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냥 만족한다. 단순한 디자인의 문제도 아니고 왠지 있어 보인다는 된장남 심리도 아니다. 왜냐하면 나는 어제 집에도 못들어가서 샤워도 못한 상태이고 내가 신고 있는 신발은 어디서 샀었는지 기억도 나지 않기 때문이다.

내가 소비하는 브랜드는 그 사람의 성향과 (안타깝게도) 일종의 계급을 나타낸다. (계급은 본인이 정하는 것이 아니라 주위 사람들의 인식의 정도에 따라 자동으로 붙어진다). 브랜드 때문에 어떤 사람들에게 “이런 사람이다” 평가 받고 싶지 않다. 나의 브랜드가 그리고 내가 쓰는 브랜드가 ‘나’가 되고 싶다.

웹서비스와 비지니스를 할 때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을 굉장히 많이 한다. “우리 서비스는 이런 서비스입니다” 이것을 직관적으로 알아야 할 것 같다. 그것을 브랜드화하고 아이덴티티를 커뮤니케이션 할 줄 아는 능력도 중요하지만, 단순히 “이것 이것 이것을 하면 이런 이런 이런 사람들이 오겠지”라는 막연한 생각은 브랜드의 가치에 대한 무지함을 드러내는 것과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내가 있고 당신이 있고 커뮤니케이션이 존재한다. 단지 당신과의 커뮤니케이션을 위해서, 그리고 당신이 두려워서 나의 참 모습을 숨기는 브랜딩이야말로 가슴 아픈 일이다. 이런 것들이 더 커지다 보면 우리가 교과서에서 항상 배우던 사명, 목적, 비전 이런 것들을 끊임없이 고민해봐야하지 않을까 한다.

“풀타임 블로거”라는, 남들이 붙여준, 오랫동안 감사하면서도 너무나 부담스러웠던 브랜드가 생긴지 꽉 채워서 2년이다. 많은 일이 있었고 재미있는 모험이었다. 미코노미의 세계를 직접 체험했으며, 생각지도 못했던 수없이 많고 많은 사람들을 만나서 조금 더 철들 기회가 있었다. “풀타임 블로거”가 내게 가져다 준 계급은 “무언가 독특한 젊은 친구”와 같은 느낌이었다. 순수한 열정으로 가득찬 그 시절, 블로그를 쓰는 것이 마냥 즐거웠으며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 마냥 즐거웠다. 자유롭게 블로그글을 읽고 책을 읽고 생각을 정리하고 해외 컨퍼런스를 다니며 꿈에 그리던 사람들을 만나는 것만으로 나의 인생의 의미는 꽉꽉 채워졌다.

나는 알지도 못한 채 태어나 날 만났고
내가 짓지도 않은 이 이름으로 불렸네
걷고 말하고 배우고 난 후로 난 좀 변했고
나대로 가고 멈추고 풀었네
- 이소라 7집 “Track 9″ 중

새로운 길을 간다. “풀타임 블로거”라는 브랜드는 이제 안녕. 앞으로의 나의 모든 활동은 여전히 변함없이 블로그가 그 핵심에 있을 것이다. “김태우”를 가장 잘 드러내주는 궁합이 딱 맞는 퍼블리싱 플랫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젠 조금 더 내가 그대로 녹아나는 브랜드를 기대해본다. 모든 것이 감사하다.

이 블로그의 주인장 김태우입니다.

(이 글은 About 태우 페이지와 동일한 내용의 포스트입니다.)

저에 대한 조금 더 자세한 내용은 이 곳 소개 페이지에서 찾으실 수 있습니다. 국내 1호 풀타임 블로거로 알려졌으며, 직업은 프리랜서이자 동시에 오픈마루에서 글로벌 마케팅을 함께 진행하고 있습니다. 웹 2.0 전문 경제서인 ‘미코노미’의 저자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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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24 :: 인터파크 :: 교보문고

여러 욕심과 목적을 가지고 있지만, 그 중 하나는 글로벌적으로 좋은 것을 한국에 알리고(= 이 블로그의 역할), 한국의 좋은 것을 세계에 알리는 것(= 테크노김치 블로그의 역할) 입니다. 이 둘은 정말 잘 하고 싶습니다 ^^

궁극적으로는 스스로 “좋은 생각”과 “깊은 생각”을 할 수 있는 그릇이 되는 것이고 많은 분들과 이 생각을 공유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이런 생각을 공유하고 배울 수 있는 모든 기회 (저녁, 이메일, 대화, 컨퍼런스, 강의, 기고, 컨설팅등)을 환영하며 많은 분들을 만나는 것을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저는 으로 연락이 가능합니다!

결국 가장 하고 싶은 말은? 잘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많이 도와 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