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선형 글 읽기와 책읽기

이 글은 likejazz 님의 코멘트 적어주신 부분에 대한 짧은 답변글입니다. 역시 “책읽기의 중요성“에 대한 트랙백 시도했으나 실패하여 글이 안 간거 양해부탁드립니다. (_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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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벌써 다섯달이 넘게 지난 글에 대한 코멘트를 남길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나름대로 굉장히 낭만적이라고 느껴지네요 ^^

한 우물을 파냐, 다양한 분야에 익숙해지냐. 오랫동안 고민해온 문제지요. 물론 옛 현인들은 모두 “한우물을 파야지” 하시지만, 또 동시에 눈깜짝할 틈없이 다원화되고 양도 늘어나는 정보의 세계에서 한가지만 알기에는 왠지 마음에 두려움이 자리잡는 것 같기도 하네요. ^^

웹상 정보의 양 때문에 종종 원하는만큼 정보 전체를 다 흡수하지 못하고 깊이도 늘리지 못하는 자신을 보면서 답답할 때가 많이 있습니다. 그래서 요즘 생각하는 부분은요, 내가 원하는 부분은 그 분야를 나의 전문분야로 지정해서 그 분야에 최선을 다하되, 동시에 그 분야와 관련된 분야도 항상 눈을 부릅뜨고 공부하면서 한가지만 아는 사람이 아니라 관련 분야의 중요성 그쪽 역시 최소한 준-전문가가 될 수 있는 안목을 가질 수는 있어지자 라는 방향으로 많이 가고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내가 관심있는 분야와 관련있는 새로운 것을 접할 때 단순히 그 분야를 가볍게 보고 소개하거나 아니면 내가 이제는 이미 알고 있다고 스스로에게 거짓말을 하는 것이 아니라, 최소한 몇시간이던 몇일이던 정성을 들여서 그 분야에 대한 어느 정도 이상의 심층적인 연구와 생각을 집어넣은 후에야 내가 “조금 알았다”고 말할 수 있는 겸손을 키우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전에도 소개한 적 있는데, 저는 정보의 흐름 내에서 우리들은 흔히 세가지 역할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1. 정보의 소비자
2. 정보의 전달자
3. 정보의 생성자

가장 수준이 낮은 것은 1번 정보의 소비자이죠. 이는 단순히 우리가 블로그나 책을 읽거나 podcasting 을 듣거나 뉴스를 보거나 대화에서 무엇인가를 깨닫거나 등등의 활동을 통하여 정보를 흡수하고 내 머리속에서 지식으로 변환시키는 모든 이에게 적용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RSS 리더는 정보의 소비자에게 무엇보다도 이 프로세스를 효과적으로 처리할 수 있도록 도와준 대단한 업보라고 생각합니다.

정보의 전달자는 이렇게 얻은 정보를 (아직 지식으로 변환되지 않았을 수도 있습니다) 단순히 다른 사람들에게 알리는 것입니다. 이때 이 “알린다”는 것은 어떤 형태로 던지 가능합니다. 자신의 생각이나 의견이 전혀 개입되지 않고 거의 도용에 가까운 “펌”문화부터 시작해 서, 어떤 주제에 관한 다양항 링크나 리소스 모음, 어떤 소식이나 개념을 소개하면서 이런 것들은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가에 대한 개인적인 주관 추가 등까지 정보를 전달하는 네트워크 라우터의 역할과도 일맥상통한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전달에 개인적인 의견과 특히 이미 지식으로 소화해놓은 정보의 소비자들이 무엇인 더 심층적인 것 또는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면서 새로운 정보를 만들어 내는 이들을 정보의 생성자라 부르고 싶습니다. 위에서 전달자들이 자신의 의견을 넣는다고 했었는데요, 개인적인 의견이 늘어나고 깊이와 통찰력을 더 해주는 정도가 강할 수록 순수한 정보의 생성자 모습에 가깝다고 볼 수 있을 것 같네요.

web 2.0의 세계가 다가오면서 정보의 전달자와 생성자의 구분은 점점더 사라지게 될 것 같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누구보다도 Lessig 교수님이 파악을 잘 하셨는데요, 그래서 나오게 된 개념이 Remix Culture 가 아닌가 싶습니다. 예술을 하시는 분들이 자주 하시는 말씀이 “모방이 없는 창작은 존재하지 않아” 하는 것과 같이, Remix Culture 역시 이미 존재하는 여러가지의 아이디어와 meme, 그리고 구성요소를 엮어서 자신이 원하는 모습으로 레고 블록을 조립하듯 하나의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가는 것에 대한 것이니까요. RSS 태깅도 여기에 포함이 되고, 수많은 패로디 역시 같은 선상에 있다고 봅니다. 제가 4시간이 넘는 시간에 걸쳐서 만들어놓은 시맨틱웹 링크 모음 역시 Remix Culture라 산출물이라고 봅니다. 링크들은 하나하나 존재하기 때문에 “펌”문화에서 그리 멀지 않을지 몰라도, 이렇게 링크들을 한데 모아놓은 곳은 하나도 없으니까요. 같은 문맥에서, 이거 바로 전 글인 웹애플리케이션, 날다(3) 역시 이것저것 가져다 섞어놓은 Remix 제품이라고 개인적으로는 생각하고 있습니다.

가장 훌륭한 블로거들은 정보의 생성자라고 믿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훌륭한 정보의 소비자가 되어야만 하며, 자신의 지식을 훌륭하게 전달할 수 있는 능력 역시 필수요소이겠고요. 한국 블로그계를 보면서 가장 아쉬운 점 중 하나가 바로 “펌”문화의 팽배입니다. 자신이 만들어 내는 컨텐츠가 아닌 남들것 가져다 훔치기. (이부분은 김중태 님이 언제나 적나라하게 파헤치시는데요 ^^ )

처음으로 돌아가서, 웹상에서 글 읽기의 한계와 책읽기의 중요성이라는 주제를 놓고 생각을 해보면서 개인적으로 실천규칙으로 만들어 놓은 것은, 관심있는 분야, 또는 소개하고 싶은 분야가 있으면 그 분야에 관한 자료를 모은 다음 일단은 모두 인쇄하는 것입니다 (앞뒤로 그리고 책 모양으로). 보통 이렇게 뽑아놓으면 한 30~40쪽은 족히 될 때가 많죠. 그 다음에 얘네들 놓고 몇일씩 공부하는 것입니다. 가끔 관련 podcasting 도 몇시간씩 들어야할 때가 많이 있고요. 이런 방법을 사용해보면서 비선형글읽기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지 않을까 희망을 가져봅니다. (attention.xml 에 관한 글이 늦어지는 이유도 아직 스스로 지식으로 흡수했다고 인정하고 있지 못해서입니다. “웹이 플랫폼이 되어야 하는 이유 – Long Tail 관점 (2)” 역시 이런 연유에서 계속 늦어지고 있습니다. ㅜㅠ

짧게 잠시 대답하려고 했던 글인데, 또 길어졌네요. 짧은 글 쓰는 사람이 글 잘 쓰는 사람이라고 하던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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