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방송에도 찾아오고 있는 롱테일 현상

얼마전에 야근준비하며 저녁 먹다가 들은 뉴스에서 TV시청률에 관한 소식을 들었다.

한국영상방송진흥원에 의해서 발간된 “2004년도 TV프로그램 시청률 백서”라는 보고서에 관한 뉴스였는데,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한국 시청자들이 지상파에서 점점 떠나 케이블 방송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것이다. 몇가지 중요사항을 보자면,
– 지상파TV의 시청량은 2시간 16분(2003)에서 2시간 4분(2004)으로 12분 감소한 반면, 케이블TV는 39분(2003)에서 45분(2004)으로 6분 증가
– 지상파TV의 시청률은 29.9%에서 27.6%으로 2.3% 감소한 반면, 케이블TV는 10.1%에서 12.2%으로 2.1% 증가
– 지상파TV의 점유율은 69%에서 64.1%로 4.9% 감소한 반면, 케이블TV는 23%에서 28.4%로 5.4% 증가
– 지상파TV의 시청률은 지난 5년간 지속적으로 감소 (평일 시청률 36.5% -> 27%)

지상파 방송국은 미칠 일일 것이고 케이블 TV 방송국들을 그나마 조금 희망을 가져볼 수 있을만한 일이다.

다음은 Chris Anderson의 롱테일에 나온 지난 20년동안 미국 TV 시장 점유율에 대한 도표이다. 20년전에는 일반적으로 겨우 16개의 채널을 봤다면, 지금과 같이 채널이 110개에 이를 때에는 점유율이 다채널 (=케이블)과 네트워크채널(=지상파) 사이에 50-50 비율을 이루고 있다는 것이다.
long tail TV

아직은 더디긴 하지만, 이런 변화가 한국에서도 나타날 수 있는 까닭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다양성과 선택이라는 우리에게 주어진 특권 때문이다. 네트워크 사회에서는 지수법칙이라는 강자가 절대강자인 어찌보면 불공평의 법칙이 당연히 존재하지만, 우리에게 선택권이 늘어날 수록 우리는 결국 우리가 원하는 것을 찾아서 (DIY 또는 개인화) 굳이 전에 있던 획일적인 것을 고수하지 않고 새로운 곳으로 이동하기 때문이다. 2004년에는 대장금, 파리의 연인, 애정의 조건, 풀하우스와 같은 시청률이 40~50%를 왔다갔던 드라마들도 있었지만, 이 드라마들의 상영시간에도 나는 내가 더 원하는 것이 있는 날은 다른 채널을 굳이 골라서 시청한 것과도 마찬가지이다.

선택을 막고 있는 것은 여러방면에 존재하고 있다. 첫째로는 방송채널이다. 전에는 지상파3사가 모두였지만, 요즘은 케이블과 위성TV로 인해서 수백개의 채널이 존재한다. 각각의 채널의 시청률이 높아지고 있지 않는 것일 가능성은 매우 높다. 하지만, 그 작은 채널들을 하나하나 묶어 놓아보면 우리 국민은 결국 지상파에서 점점 떠나고 있는 것이다. 둘째는 방영시간. 우리가 무슨 일이 있어서 원하는 프로그램을 방영시간에 놓치면, 대부분의 경우 그냥 물 건너가는 것이다. 셋째는 물리적인 위치. 내가 서울에 있으면 대부분의 경우, 제주방송에 나오는 내용을 내가 앞으로 볼 수 있는 가능성은 극히 적은 것이다. 또는 내가 TV를 볼 수 있는 모든 조건이 갖추어지더라도 내 옆에 바로 TV가 없다면 이 역시 물 건너간 것이다. 넷째는 저작권과 관련된 것. 아직도 우리는 TV 프로그램들을 합법적으로 녹화하거나 분배할 수 있는 방법이 없기에 내가 좋아하는 프로그램을 다시라도 보기가 하늘의 별따기 만큼 힘든 것이다. (또는 유일한 방법은 커뮤니티/카페에 난무하는 동영상 링크나 당나귀를 통한 불법 다운받기 등등)

지상파TV에서 케이블TV로서의 변화가 1세대 변화였다면 2세대 변화는 케이블TV에서 그 선택의 범위가 무한대로 늘어날 수 있는 웹TV이다. 여기에는 더이상 “제작사”라는 곳에서 만들어진 정식 프로그램만 존재하는 곳이 아니라 아마추어들이 만들어서 올리는 30분짜리 동영상도 함께 공존하는 것이다. 이런 곳에서는 참된 LongTail 현상이 나타날 수 있을 뿐 아니라 심지어는 TV라는 개념이 다른 멀티미디어 공간과 섞이면서 사라질 수도 있는 곳이다. 시간과 저작권의 제약은 TiVo와 같은 TV프로그램을 원할 때 다운로드 받을 수 있는 서비스에 의해서 점점 사라지고 있으며, 지역적인 제약은 DMB 폰과 같은 아무데서나 볼 수 있는 TV와 웹과 같이 지역에 국한되지 않는 개체에 의하여 점점 사라지고 있다. 제약이 사라지면서 선택의 수는 점점 무한으로 달려가고 있고 더 이상 소수에 국한되지 않아도 되는 시청자들에게는 이것 하나하나가 즐거움이 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지상파TV를 모든 것을 단순히 링크만 따라감으로서 다른 페이지를 찾을 수 있는 10년전 웹이라고 한다면, 각 분야의 전문가에 의해서 선별되고 커뮤니티가 생성되는 케이블TV는 야후가 수년전 내놓은 사람들이 인위적으로 분야를 나누는 디렉토리 검색이라고 할 수 있으며, 웹TV는 무한한 선택의 세상에서 내가 원하는 것을 찾도록 도와주는 구글과 같은 검색엔진 또는 이미 모든 정보구조가 정의된 시맨틱웹이라고 볼 수 있다.

선택이 무한대로 달려가게 되면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가 원하는 것을 찾을 수 있는 능력이고, 이를 위해서는 정보 인프라 구조가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된다. 지상파 방송은 변함없이 최고의 자리에 있을 것이지만, 이러한 변화에 신속/민감/신중하게 대응하지 않으면 자기가 이미 가지고 있는 것으로 가지려고 꼭 쥐고 놓지 않는 점점 더 깊은 레드오션 속으로 스스로 무덤을 파는 것이다.

본래 다원성과 사회계약을 바탕으로 태어난 미국에 비해 결속력이 강한 우리나라에는 다양성을 중시하는 롱테일이 훨씬 늦게 찾아올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백서 자료를 일단 바탕으로 보니, 지금 추세라면 벌써 앞으로 대략 5년 후면 지상파 시청률과 케이블 시청률이 같아지는 때가 온다고할 수 있는 것을 알아냈다. 이는 비단 TV뿐만 아니라 모든 언론과 상품시장, 정치 등 모든 분야에서 속도는 달라도 비슷하게 가는 방향을 보이는 커다란 변화이다.

놀랍게도, 우리가 지금까지 불러왔던 정보혁명이라는 것은 이런 분야에서 조금씩 세상을 바꾸어 나가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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