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 연금술사

요즘에 다시 Linked 를 읽고 있다. 전보다 네트워크라는 것 자체에 대한 이해가 많이 늘어서 그런지 이번에 읽을 때에는 처음보다 느끼는게 확실히 많다.

어떤 새로운 개념을 소개하는 책이나 블로그를 보면 의례히 경험하는 것이지만, 그 책에서 주어지는 프레임워크로 온 세상을 보게 된다. 블루오션을 읽으면 모든 것이 가치곡선 안에서, Free Culture를 읽으면 모든 것이 창의력과 법 안에서, 그리고 Linked를 읽으면 모든 것이 네트워크로 보이게 된다.

인터넷이라는 네트워크 구조에서 시작한 이 세상은 점점 더 연결되고 또 연결되어 가면서, 사회 문화 정치 경제 전반에서 그 구조 자체가 네트워크화 되어 가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가상기업을 들 수 있다. 가상기업이란 지금과 같은 물리적이고 제한적인 “기업”이라는 곳에서 연구, 영업, 관리, 제조, 재무와 같은 비즈니스와 관련된 모든 업무를 하는 것이 아니라, 그때그때의 필요와 목적에 따라서 기업 외부, 심지어는 다른 국가와 임시적인 협력/제휴 관계를 맺어 일종의 Task Force를 구성하여 원하는 목적을 달성한 후에는 해체되어 이 actvities에 포함되었던 모든 이들에게 이득을 주는 네트워크 기업 형태를 말한다. 대표적인 예는 우리가 근래에 와서 많이 듣게 되는 “컨소시엄”이라는 것이다. 컨소시엄은 어떤 목적을 두고 사업을 추진하면서 그 필요한 전문분야에 관련된 여러 기업이 자신의 위치에 알맞는 임시 조직을 파견하여 사업이 완성될 때까지 함께 일하다가 완성시에 해체되는 기업 연합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관계는 영화에서 흔히 볼 수 있다. 한 영화는 적게는 수십, 많게는 수천명의 배우가 협력하며, 연출, 조명, 촬영 감독 뿐만 아니라 작가, 분장, 음향, 의상, 음악에 이르기까지 하나의 영화를 만든다는 목적 아래 모이고 영화가 완성되면 흩어진다. 물론 영화가 기획되기 전부터 이미 제작사와 배급사의 많은 사람들이 비즈니스의 측면에서 영화의 완성을 위해서 노력하며, 극장과 비디오/DVD사, 그리고 레스토랑이나 인터넷포탈과 같은 목적에 맞는 하에 상업적 제휴를 맺는 네트워킹을 멈추지 않는다.

정보사회는 우리에게 지식근로자가 되야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이 지식근로자는 일반적으로 어떤 분야에 능통한 전문가가 되는 것으로 쉽게 해석된다. 그래서, 나는 연기를 잘 하는 배우가 될 수도 있고, 멋진 소리를 영화에 삽입하는 음향 감독이 될 수도 있다. 물론 나의 그림 실력을 인정받아 쇼생크탈출과 같은 인상깊은 포스터를 그릴 수도 있다.

이 하나하나의 “전문가”는 네트워크학의 관점에서 본다면 일종의 “노드”이다. 멋진 작품을 하나 만들어 내는 일은 결국 이 노드들을 연결한 최고의 네트워크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각 노드가 최고의 노드일 필요가 있는 것 만큼 중요한 것은 바로 이 “연결”작업인 것이다.

정보도 마찬가지이다. 정보는 수많은 노드로 구성되어 있다. 정보에서 노드란 자신이 정의하기 나름이다. 폭넓은 분야를 하나의 노드로 잡아서 사회 또는 스포츠와 같은 분야를 노드라고 할 수 있는 동시에, 전혀 관련 없어 보이는 역사, 대위법, 윌트 체임벌린, AIDS 각각을 노드로 볼 수 있다. 하나의 클러스터로 묶어넣기가 그나마 쉬운 비즈니스, IT, 재무, 지식경영이라는 개념들을 노드로 삼을 수도 있다.

지식사회의 진짜 예술은 이러한 노드들이 재료로 주어졌을 때 이들을 연결하여 네트워크를 생성해는데 있다. 이렇게 만들어진 네트워크 자체가 완성품인 것이다. 이 회사에서 A라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저 회사에서 B라는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다른 사람들은 모르고 있을 때 A의 서비스를 B로 연결시켜서 전에 아무도 상상치 못하던 C라는 아웃풋을 내게 만드는 것을 뜻한다. (Service-Oriented Architecture 에서는 이를 흔히 Service Orchestration이라고 한다.) 코코블럭 조각 50개를 주고 무엇인가를 만들어 보라고 했을 때, 그 블럭 하나하나를 연결하여 조립하는 것이 기술이요 실력인 것이다. 한 정치가의 연설을 녹음한 것을 나의 파워포인트 프리젠테이션에 패로디로 이용하여 나의 신념을 전파하는 것 역시 그런 예술이다. 4,000원짜리 헤드셋을 이용하고 Audacity를 이용하여 녹음을 하고 mp3로 변환시키고 워드프레스를 통해서 파드캐스팅을 하는 것 역시 연결 작업이다. 만화에서나 볼 수 있는 캐릭터들의 독특함과 일반 고전 미술의 심오함을 연결한 요시모토 나라 역시 이런 의미에서 또 다른 종류의 예술가였던 것이다. 파, 소고기, 소금, 후추, 마늘, 피망, 물로 동일한 재료로 찌개를 끓이거나 찜을 만드는 것의 차이는 완성된 동일한 노드로 구성된 네트워크의 차이이다. 프로그래밍에서 리팩토링을 통해서 두 개의 다른 프로그램에서 가져온 addNumbers()라는 메소드와 multiplyBy()라는 메소드를 사용하여 더한 후 곱하는 연산식을 만들어내는 작업 역시 연결작업이다. 시맨틱웹에서 여러개의 온톨로지를 가져와서 URI로 사용하고 그들을 다시 Properties 로 연결하여 나만의 온톨로지를 다시 구축하는 온톨로지 모델링 역시 이러한 신 연금술의 한 종류이다. Lessig 교수님이 외치는 Remix 문화의 Remix 작업은 이미 나와있던 아이디어와 창의력이 담긴 작품들을 단순히 연결하는 작업을 뜻하는 것이다.

그 완성품이 예술작품이던, 상품이던, 서비스이던, 어느 신문의 기사이던 간에 이 하나하나는 정보가 연결된 네트워크이다. 노드가 되는 정보의 가장 최소단위가 무엇인지는 아직 알기 어렵다. 그러나 한가지 확실한 것은 이 단위라는 것은 점점 더 작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단지 환원주의가 지배하여 큰 그림을 보기 어려웠던 20세기 과학과는 달리, 네트워크 세상의 예술은 이러한 알갱이인 노드 하나하나가 얼마나 작아지던지간에 이들을 연결했을 때에는 전에는 전혀 볼 수 없었던 새로운 물체와 현상이 보인다는 설레임을 안겨준다.

중세시대의 연금술사들은 결국 납을 금으로 만드는데 실패하고 말았다. 시작부터 알갱이를 잘못 선택했기 때문이다. 21세기 지식사회가 우리에게 요구하는 연금술은 알맞은 노드의 선택부터, 그 노드 하나하나를 완벽하게 파악하여 노드를 어떤 순서로 연결해야 하는지, 그리고 연결할 때 어떤 점에 신경을 써야 하는지, 어떤 노드를 두 번 사용해야 하는지, 혹시 잊고 있던 다른 노드는 없는지, 링크의 길이와 굵기는 얼마나 되어야 하는지 등을 모두 고려하는 매우 신중한 산지식인 되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천년이 지난 지금의 지식근로자를 연금술사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은 그때나 지금이나 이들이 믿고 있는 것이 같기 때문이다. 그것은 알갱이를 알맞게 섞음으로써 알갱이 하나하나를 합쳤을 때보다 훨씬 더 훌륭한 가치를 지닌 그 무엇인가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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