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넓고

세상에는 내가 모르던 일들이 참 많다. 유럽에 온지 벌써 3주인데, 그 사이에 시야가 넓어질 일들이 여럿 있었다.

1. 세상에서 가장 큰 이통사 3사는 차이나 텔레콤 (China Telecom, 가입자 한 5억명 정도 예상), 보다폰 (Vodafone, 가입자 3억명), 텔레포니카 (Telefonica, 가입자 2억 4천명)이다. 차이나 텔레콤의 경우를 제외하고 나머지들은 기본적으로 수십개의 나라에 걸쳐서 오퍼레이션을 진행한다. 재미있는 것은 보다폰과 텔레포니카가 작년 봄에 중국에 있는 여러 이통사에 투자를 시작했다는 것.

2. 운이 좋게도 오바마의 취임식 시간에 런던의 유명한 광장인 트라팔가 광장에 있을 기회가 있었다. (한국으로 따지면 시청앞광장과 같은 곳) 신기한 것은 영국 사람들이 오바마를 너무 좋아한 나머지 다른 나라 대통령이 취임식에서 미국 국기를 들고 흔들고, 서로 껴안고, 환호성을 지르고, 기립 박수를 한다는 것이다. 나중에 영국 친구들에게 물어봤는데 그동안 영국 사람들이 부시를 너무나 미워한 결과 그렇게 되었다고 한다. 그냥 영국 사람들이 8년동안 부시한테 괴롭힘 당한 것도 너무나 지겹지만, 역사적으로 형제애를 느껴온 미국 사람들이 불쌍해서도 그렇다고. 오바마가 가져올 “Change”에 대한 기대가 정말로 높아 보였다. 다음 동영상은 현장에서 찍은 짤방.

http://vimeo.com/moogaloop.swf?clip_id=2917952&server=vimeo.com&show_title=1&show_byline=1&show_portrait=0&color=&fullscreen=1
A scene at Trafalgar Square after Obama’s Inauguration from Danny Kim on Vimeo.

3. 무너지고 있는 뉴욕타임즈가 라틴 아메리카의 거부에게 손을 내민다. 카를로스 슬림은 2008년 빌 게이츠를 제치고 워렌 버펫을 잇는 세계 제2의 부자다. 그가 뉴욕 타임즈 구제에 나섰다. 2.5억 달러 (요즘 환율로는 대략 3300억원 정도)를 대주고 긴급 수혈을 시작한 것이다.

이는 두 가지 측면에서 큰 의미있는 일이다. 하나는 무너져 가는 신문계의 안타까운 단면을 보여준다는 점이다. 또 하나는 뉴욕 타임즈와 같은 미국의 자부심이, “하찮은 나라”인 멕시코의 재벌에게 손을 내민다는 사실이다. 물론 미국 미디어 업계에는 호주의 루퍼트 머독과 같은 해외의 큰 손들이 자리잡고 있지만, 머독의 경우 호주-영국-미국으로 이어지는 백인-영문권이라는 틀을 뛰어 넘지 않았다. 미국 사람들은 대체적으로 멕시코 사람들을 엄청 무시하는데, 그런 나라의 세계 최고의 갑부에 의해서 미국의 간판 신문이 응급처치를 받고 있는 것이다. 더 쉽게 이해하기 위해서 (이런 표현은 조금 민감할 수 있으나;;;) 한국의 최대 미디어 기업들이 망해가는데, 빚을 갚기 위해 베트남이나 파키스탄 재벌에게 수혈을 받았다고 생각하면 된다. 물론 지분도 엄청 넘어갈 것이고.

4. 얼마 전에 이런 일들이 모두 신기해서 세계 인구 현황을 보았는데, 나라별로 순서가 중국(13억)-인도(11억)-미국(3억)-인도네시아(2.2억)-브라질(1.9억)-파키스탄(1.6억)-방글라데시(1.6억)-나이지리아(1.5억)-러시아(1.4억)-일본(1.2억)이었다. 이 중에서 우리가 “잘 사는 나라”라고 부를 수 있는 나라는 사실 미국과 일본 둘이다. 시장으로 본다면 30억이 넘는 시장들인데, 왜 생각을 굳이 못했을까?

5. 자연스레 다음 질문으로 넘어가게 된다. 우리는, 특히 나는 얼마나 “국제적”이 되어야 하는가? 인터넷은 세상을 평평하게 만든 것이 사실이지만, 그만큼 로컬의 성격 역시 많이 바꾸어 놓았다. (궁금하신 분은 ‘미코노미’를 참조하시길 ^^) 한국은 참 독특한 것이, 외국으로 나가도 잘 안 될 때가 많지만 외국에서 들어와도 잘 안 된다. 그만큼 우리만의 응집력과 개성이 강하다고 말해야할까? 문화적, 정치적인 관점에서 보았을 때는 굳이 국제화가 필요하지는 않다. 특히 국제화가 “미국화”로 오역된다면 말이다. 하지만 경제적으로 보았을 때는 여기에 관한 필요는 충분히 있다. 왜냐하면 지금 우리가 하지 않으면 누군가 역으로, 특히 거대 자본을 가지고 들어오기 시작할 것이기 때문이다.

오늘 하루 일정을 시작하기 전에 잠시 잡생각들이 들어서 잠시 정리를 하려고 오랜만에 글을 남긴다.

조만간 한국으로 돌아간다. 설기간에는 떡국 실컷 먹어야지.

세상은 넓고”에 대한 3개의 생각

  1. 핑백: isanghee's me2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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