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소셜네트워크'를 보고

11/18 개봉일에 영화 소셜네트워크를 봤다. 많은 생각과 감정이 오고 갔고, (남들은 모르겠지만) 영화 후 나는 아주 큰 만족과 기쁨을 가지고 나왔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었다.

1. 추억: 하바드 대학에서 컴퓨터과학을 전공한 Mark Zuckerberg와 학교 분위기, 그의 친구들을 보면서, 하바드는 아니지만 아이비 리그 대학에서 컴퓨터과학을 전공한 나에게, 한국에 돌아와서부터 오랫동안 잊고 살았던 나의 학창시절의 기억이 우르르 몰려 돌아왔다. (술/마약/여자만 빼고) 나도 저렇게 살았으니.
2. 집중력과 열정: 나의 “웹 2.0 블로거” 시절이 기억 났다. 나는 분명 그 당시 무언가에 꽂혀 있었다. 직장인으로 살면서도 하루에 2-3시간씩만 자면서까지 학습하고 지식을 공유하고 사람들을 만나기에 바빴다. 감사한 일은 이 때의 추억은 지금도 아름다운 시절이었다는 생각이 들고, 아마 평생 그렇게 생각할 것이라는 일이다.
3. 기회와 용기: 무엇에 꽂힌 사람은 실패에 대한 리스크와 비용을 계산을 하지 않는다. 계산할 시간에 앞으로 더 나아가야 하니까. Silicon Valley 문화가 그렇고 성공한 사람들의 문화가 그렇다. 그러다보니 순간적으로 너무나 답답하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Sean Parker와 나는 겨우 한 살 차이인데, 나는 이미 너무 리스크를 계산하고 통제하(려)는데 인생의 중요한 자원을 소비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어떤 분들은 아마 말하실게다. “그 모든 것들을 무시할 수는 없잖아. 결국 나중에는 계산하면서 산 사람이 더 행복하게 되어있어.” 잘은 모르겠지만, 이런 얘기해주시는 분들이 과연 더 행복할까에 대해서는 의문이 든다. 특히, 그 “나중”이 언제라는 것에 대한 결정이 없다면. (참고로, 이런 면에서 나는 내가 기독교인인 것이 너무나 감사할 때가 많다. 나에게 그 나중은 죽음 이후이고 지금 현세에서의 모든 투자는 영생의 복으로 돌아오니까. “생각하건대 현재의 고난은 장차 우리에게 나타날 영광과 족히 비교할 수 없도다 — 로마서 8:18” )
4. 창의력과 자본: 순수예술가가 될 것이 아니라면, 창의력은 자본을 반드시 만나야 할 때가 있다. 여기서 말하는 창의력이란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 뿐만 아니라 세상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볼 줄 알고, 세상에 숨겨진 니즈를 찾아내 이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해주는 능력을 뜻한다. (안타깝게도) 자본주의사회에서 종종 자본은 힘과 영향력을 뜻한다. 창의적인 것, 즉 좋고 선한 것은 영향력을 가질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우리의 안타까운 현실은, 좋고 선한 것은 작고 영향력이 없을 때에만 아름답다는 착각의 만연이다.
5. 의미: Mark는 의미에 대한 이해가 강한 사람이다. 그리고 그 의미를 이해하지 못하는 파트너라면 그가 자신의 Best Friend든 Mentor든 그 순간에 김유신이 애마의 목을 베듯이 잘라버렸다. 페이스북의 “쿨”한 브랜드 이미지에 대한 그의 종교적 신념과도 같은 고집, 그리고 그 고집만이 Facebook을 Facebook 답게 만든다는 그의 또 하나의 고집은 5억명에게 새로운 의미를 전해주는 도구 (social utility)를 이 세상에 전해주었다.

그 외에는,
– 나는 이 영화를 한국의 모든 대학생들과 청년”실업자”들이 보았으면 좋겠다. 도전의식을 키우고 자괴감과 패배의식을 떨쳐 버리는 영화가 될 수 있으면 좋겠다.
– 드라마 투성이인 이 영화는 사실적인 오류도 엄청 많다. 마치 한국에서 사극이 30% 시청률이 넘을 때마다 드라마속 역사성/사실성에 대한 논란이 일어나듯이. 예를 들어, Mark가 이 모든 것을 시작한 이유로 나오는 Erica와는 사실 하바드 시절부터 오늘까지 지속되어온 연인관계라고 하고, 코카인 사건 때문에 Parker가 떠나게 된 것은 오히려 사건을 큰 문제가 없다고 생각했던 Mark의 결정이 아니라 VC측의 결정이라고 한다.
– ‘세븐’과 ‘파이트클럽’의 데이빗 핀처 감독에 대해서는 또 다시 여러 번 감탄했다. 사실 미국에서 그런 하바드나 Palo Alto 같은 환경에서 살아보지 않았다면 이해할 수 없는 엄청난 양의 디테일을 모두 잡아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하바드는 궁극적으로 도전적이고 열려있는 교육기관이라는 말도 안되는 아부를 던진 그의 타협에는 실망헀다. 만약에 진짜 그랬다면 Mark가 왜 캘리포니아로 갔겠나.)
등의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도 내가 가장 깊이 생각해보게 된 것은, 이 모든 것들이 일어나게 된 스피드였다. 일반적으로 어떤 큰 일을 이룬 사람에 대해서 이야기가 나오기까지는, 단순한 사건이 아닌 이상, 수십년이 걸린다. 그런데 겨우 25세의 친구가 전 세계 5억명을 정복한 이 모든 이야기를 다룬 시나리오가 나오고 영화가 제작되고 한국에 건너오기까지 불과 7년도 채 걸리지 않았다. 이게 지금 세상이 흘러가는 속도다. 꾸준함과 말도 안 되게 빨리 흘러가는 이 둘 사이에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혼란에 빠지지 않고 우리의 자리를 지키면서 나를 찾아갈 수 있을까?

글 써놓고 보니, 2시간짜리 영화 하나 보면서 정말로 많은 생각이 들었었구나.

영화 '소셜네트워크'를 보고”에 대한 9개의 생각

  1. 핑백: taewoo's me2day
  2. 예. 창업자, 특히 IT 분야에 있는 분들에게 더 많은 것들이 보였을 영화라는 생각이 듭니다. 태우 님 리뷰 중 5번 단락이 많이 와닿네요. ‘Mark는 의미에 대한 이해가 강한 사람이다…’

  3. 말 많은 외국 영화는 따라가기가 어려워서 잘 안 보는데. 이 영화는 이미 알고 있어서 그런지 재밋게 봤습니다. 저는 폐쇄성에 꽃혔습니다만.. ^^

  4. 특히 많은 청년 실업가들이 봤으면 좋겠다는 말씀에 동감합니다. 저도 리뷰에 그런 얘기를 썼(다가 뺐)습니다만,이 영화를 보고 가슴뛰고 벤쳐정신을 갖고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5. 태우님 리뷰에 공감가는 부분이 많네요. 대학시절 추억도 생각나구요 ㅎㅎ 건강하시죠? ^ ^😛

  6. 저도 어제 소셜네트워크를 보고왔습니다. 정말 감동을 많이 받았던것 같습니다. 마크의 내면에 좀 이입이 되었다고나 할까요?
    많은 생각을 하게 했고 정말 여러번 봐야할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태우님의 미국 학교생활이 부럽네요 이런 경험이 한국에서 어렵다는게 아쉽기도 하구요 ㅎ

  7. 생각의 속도와 이를 구현하는 빠른 손가락 타이핑 속도
    친구의 아이디어에서 영감을 얻더 영화상에서 보면 약 40일만에
    초기 facebook의 웹 사이트를 혼자서 모두 구현한 괴력

    주둥이로만 일하는 사람들에게 경종을 울려주는 영화가 맞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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