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허함을 받아들이는 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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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계화되지 않기”에 대한 글을 쓰기 위해서는, 내가 먼저 그런 삶을 살려는 노력이 매우 중요한 것 같다. 그 노력의 일환으로 얼마전 스마트폰을 2년전에 출시된 4.0인치 화면, 3G 모델 중고품으로 5만원 주고 바꿨다. 이거 직전에는 옵티머스 지 프로가 나오자마자 사서 매우 잘 사용했지만, 오히려 그래서 더 의도적으로 이런 옛날폰으로 변경을 했다.

네트워크 속도도 느리고, 화면도 작고, CPU 속도도 느리고, 자꾸 보면 배터리 방전도 빨리 되다 보니 습관적으로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는 빈도수가 확실히 줄어든다. 스스로 스마트폰 중독에서 벗어나고 있다고 뿌듯해 하고 있다. 크기도 바지 주머니에 넣어도 전혀 불편한게 없을 정도로 작아 움직임도 많이 편해졌다.

그런데 이렇게 기술의 발전에 역행해서 가다보니 좀 심각한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 금단현상이다. 버스를 기다릴 때, 버스를 타고 나서, 운전하다가 신호대기일 때, 여러명과 동시에 대화할 때, 식사 중 상대방이 화장실에 갔을 때, TV 보다가, 책 읽으면서, 시도 때도 없이 공허함을 느낄 때 마음을 돌릴 대상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아주 순간적인 무료함, 외로움, 공허함, 허전함, 슬픔, 스트레스, 짜증 등 그리 달갑지 않은 부정적인 감정이 올라올 때 나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습관적으로 스마트폰을 든다. 카톡, 문자 대화를 꼭 실시간으로 이어가야 하는 중요한 경우도 있지만 그렇지 않을 때가 더 많다. 순간적인 공허함에 대처하는 방법을 몰라 페북을 보거나 뉴스를 보거나 하며 그냥 습관적으로 머리가 멈춰진 상태로 내 마음을 무언가로 채워넣는다.

사실 이러한 부정적인 감정이 몰려올 때 가장 좋은 방법은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라고 한다. 물론 우울증에 걸렸거나 지속적으로 극도의 스트레스속에서 살고 있다면 무언가 더 건강한 방법 (여행, 운동, 산책, 독서 등)을 통해 마음을 잠시 딴 데로 돌리는 것 (diverting)도 좋지만, 그 정도가 아니라면 그 부정적인 감정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느끼고 체험하고 그 후에 오게 되는 다른 종류의 다양한 감정을 또한 체험하는 것이 정신건강에 좋다고 한다.

우리는 그 짧은 순간의 공허함을 이겨낼 자신이 없어 스마트폰을 기계처럼 쳐다본다. 그리고 삶이 우리에게 선사해줄 수 있는 더 아름답고 자연스럽고 큰 것들을 포기한다. 어찌보면 감정적으로 low risk, low return의 인생이다.

머리로는 알고 있지만 습관이 절대 쉽게 안 고쳐진다. 신기하게도 이 습관은 불과 2년전에는 내 인생에 존재하지도 않던 습관이다. 나의 의지만 가지고는 고치기 어려워졌고, 때로는 이렇게 스스로에게 족쇄를 채움으로 더 큰 자유에 다가가 보려고 한다. 많은 용기가 필요했고, 용기를 ㄹ 수 있었음에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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